재외동포선거 ‘제도와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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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기 원
(MBC 논설위원·수필가)

1. 재외선거 채택 – 2백 만 표의 의미

해외로 진출한 대한민국의 재외동포 규모는 7백만 명을 넘어섰다. 외교부가 발간하는 재외동포 현황에 따르면, 재외동포는 2007년 704만 1,684명을 기록함으로써 7백만 명 시대를 열었다. 이 가운데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제2의 고국을 선택한 이들은 2013년을 기준으로 전체 재외국민의 62.8%인 440만 1,816명이다. 이들을 제외한 260만여 명이 재외국민으로서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선거 등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자격을 갖고 있다.
이들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은 지난 2007년 헌법재판소가 재외국민들의 선거권을 제한한 공직선거법 등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재외국민들이 10년간의 끈질긴 법정 투쟁 끝에 이끌어 낸 결실이었다. 외교부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헌법재판소의 심리과정에서 반대 의견을 고수하고 있었던 터라 재외국민들의 투표권 확보는 더욱 값지고 극적인 것이었다.
산술적으로 따지면 유권자 200백만 명이란 숫자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선거 결과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정치권의 파장은 컸다. 역대 대통령선거 결과를 되짚어 보면 상황은 보다 뚜렷하게 다가온다. 60년대 이후 직선제로 치러진 대선 가운데 한 번을 제외하곤 모두 2백만 표 내에서 당락이 갈렸다. 즉 대통령 당선자와 차점자 간의 표 차이가 2백 만 표 이내인 경우가 태반이었다. 이명박 후보와 정동영 후보가 맞붙은 17대 대선이 예외일 따름이었다. 90만 표라는 근소한 차이로 승부가 갈린 대선도 있었다. 이런 점에서 재외선거의 도입은 정치권에 우려와 기대를 낳았다.

2. 시험대에 오른 재외선거

2-1. 19대 총선, 비례대표 재외투표

2012년 4월11일 치러진 19대 국회의원 선거는, 그해 말 대통령 선거를 앞둔 전초전 성격을 띠고 있어서 어느 때 보다 관심을 모았다.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재외선거가 채택된 이후 처음 치러진다는 점에서 재외국민들의 선택도 관전 포인트이었다.
재외선거에 대한 관심은 오래 가지 않았다. 저조한 참여율이 발목을 잡았다. 19대 총선의 추정 재외선거권자는 223만 6,819명으로 2백만 명을 넘어섰지만 선거를 하겠다고 신고·신청한 숫자는 12만 3,571명, 5.5%에 불과했다. 예상을 크게 밑도는 접수율이었다. 실제 투표율은 더욱 낮았다. 등록자수 기준으로 보면 45.7%로 집계됐지만, 선거권자수 대비 투표율은 2.5%에 그쳤다. 재외선거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하였다.
낮은 참여율과는 별개로, 최초로 도입된 재외선거의 결과는 나름의 의미를 갖는다. 19대 국회의원 총선거 비례대표 재외선거에서 1위는 새누리당이 차지하였다. 새누리당은 전체 유효투표 5만 6,102표의 40.4%인 2만 2,646표를 득표하였다. 민주통합당은 35.2%인 1만 9,757표로 2위, 통합진보당은 14.5%인 8,132표로 3위를 차지하였다. 총선 전 야권연대를 선언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득표를 합하면 새누리당 보다 앞서긴 했지만, 정당별로는 새누리당이 1위를 차지하였다. 진보신당은 2.3%인 1,302표, 자유선진당은 1.6%인 923표, 그 밖의 정당은 6%인 3,342표를 얻는데 그쳤다.
비례대표 재외선거를 지역별로 보면, 서울의 경우 전체 4만 4,451명 가운데 2만 2,066명이 투표해 49.6%의 투표율을 기록하였다. 새누리당이 9,164표, 민주통합당이 7,650표, 통합진보당이 3,166표, 진보신당이 576표, 자유선진당이 283표를 얻었다. 뒤를 이어 한나라당이 271표, 녹색당이 161표, 기독당이 139표를 기록하였다. 새누리당은 서울시내 25개 선거구 가운데 17개 선거구에서 민주통합당을 앞섰다. 강남, 서초, 송파, 강동, 종로, 중구, 용산 등 비교적 큰 폭으로 야당을 제쳤다. 민주통합당은 중랑구, 성북구, 강북구, 노원구 등 강북권을 비롯한 8개 지역에서 새누리당에 앞섰다. 통합진보당이 관악구, 성북구, 동대문, 서대문구 등 강북의 대학가뿐 아니라 강남구, 송파구, 서초구, 강동구 등 여권 성향의 이른바 강남 4구에서도 상당한 표를 얻었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야권연대의 영향과 함께, 강남 출신 재외국민들의 진보정치에 대한 기대감도 배어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볼 수 있다.
경기도 비례대표 재외선거의 경우 민주통합당이 1위를 차지했고, 부산은 새누리당이 앞섰다. 이 밖에 대구, 울산, 경상남도, 경상북도에서는 새누리당이, 광주, 전라남도, 전라북도에서는 민주통합당이 각각 두 배 가까운 격차로 2위를 따돌렸다. 대전에서는 민주통합당, 충청남도에서는 새누리당, 충청북도에선 민주통합당이 각각 우세를 보였으며, 제주도와 강원도, 세종시에서는 새누리당이 민주당을 앞질렀다.
비례대표 선거결과를 분석해 보면, 재외국민들은 국내에 거주하는 유권자에 비해 야당 지지성향이 높다는 점이 드러난다. 통합 진보당의 지지율 상승도 도드라지는 대목이다. 재외국민들의 표심은 거주지 또는 연고지 유권자의 표심과 일치하진 않는다. 재외국민 투표에서도 지역주의는 여전히 작용하고 있지만 상당히 약화된 모습으로 나타난다.

2-2. 19대 총선 지역구 재외투표

지역구 국회의원 선출을 위한 재외선거에서 민주통합당은 새누리당에 압도적인 우세를 보였다. 지역구 국회의원 투표자 4만 3,128명 가운데 51.1%인 2만 2,017명이 민주통합당 후보를 지지하였고, 34.8%인 1만 4,996명이 새누리당을 선택하였다. 통합진보당을 지지한 이들은 5.7%인 2,474명이었다. 지역구 의원선출을 위한 재외투표는, 비례대표 의원선출과는 달리 주민등록이 있는 국외 부재자로 한정되어 있다. 따라서 영주권자를 제외한 국외 부재자들의 표심을 살펴볼 수 있다.
19대 총선 결과를 보면, 서울에서는 새누리당이 16석, 민주통합당이 30석을 차지했다. 서울에 연고를 둔 국외 부재자들의 선택을 보자. 1만 7,535명 가운데 53.2%인 9,334명은 민주통합당 후보를 지지하였고, 36.6%인 6,419명은 새누리당 후보를 지지하였다. 특히 서울 48개 선거구 가운데 46곳에서 민주통합당 등 야당 후보들이 앞섰고, 새누리당은 강남 갑과 을에서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서초구와 송파구, 강동구에서도 재외투표에서는 새누리당 후보들이 야당후보에게 뒤졌다.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서도 야당의 압도적인 우세를 확인할 수 있다. 경기도는 52개 지역구 가운데 49곳, 인천은 6개 지역구 전체에서 야당 우세로 나타났다. 부산, 경남에서도 국외 부재자 투표에 관한 한, 야당의 우세가 확연했다. 대전, 충남북 역시 야당 우세 현상이 나타났다. 새누리당이 전 의석을 석권한 강원도의 경우, 이 지역 출신 국외 부재자들은 전 선거구에서 지역 유권자들과는 반대로 야당후보를 더 지지하였다. 새누리당이 전 의석을 석권한 대구, 경북의 27개 선거구 가운데 9곳에서는 야당 후보가 앞섰다. 호남과 제주에서 새누리당은 국회의원 당선자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하였으며, 국외 부재자 투표에서도 앞선 곳이 없다.
분석해 보면, 재외국민 가운데 지역구 의원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국외 부재자들의 경우 영주권자에 비해 야당지지 성향이 보다 높게 나타났다. 비례대표 재외선거에서 새누리당이 1위를 차지했던 결과와 비교해 보면 상황은 명료해 진다. 또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과 충북, 강원도 출신 재외국민들은 그 지역 국내 유권자들에 비해 야당지지 성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과 경남 출신 국외 부재자들은 대구·경북과 달리 야당 후보를 더 지지했다는 사실도 확인된다. 대구 경북의 일부 지역구에서 야당 후보가 1위를 차지한 점도 일반적인 지역주의 투표 성향과 다르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19대 총선 국외 부재자 투표에서 야당지지 성향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 이유는 무엇일까? 일부 학자들은 19대 총선의 특성으로 세대 투표 양상을 꼽는다. 이 같은 세대 투표 양상을 염두에 두고 국외 부재자들의 연령별 분포를 분석해 보자. 중앙선관위가 공개한 국외 부재자의 연령 현황을 보면 해외 투표를 신청한 12만 3,571명의 재외국민 가운데 국외 부재자는 10만 3,635명이다. 국외 부재자를 연령별로 보면 20대(19세 포함) 2만 3,574명, 30대 3만 1,410명, 40대 3만 1,531명, 50대 1만 3,212명, 60대 이상 3,908명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보면 40대가 가장 많지만, 20, 30대를 합친 숫자가 국외 부재자의 절반을 넘는다는 사실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이들 젊은 층의 투표가 야당지지 성향으로 나타난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볼 수 있다.

2-3. 18대 대통령 선거 재외투표

19대 총선 이후 8개월 만에 치러진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를 108만 496표 차이로 제치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18대 대통령 선거를 위한 재외선거인 접수를 한 선거인수는 22만 2,389명 이었다. 재외선거인은 4만 3,201명, 국외 부재자는 17만 9,188명이었다. 19대 총선 당시의 재외선거인수 12만 3,571명보다는 많았지만 여전히 저조한 참여 수준이었다. 이 가운데 15만 8,225명이 투표에 참가해 71.1%의 투표율을 기록하였다. 중앙선관위가 재외선거권자로 추정한 223만 6,819명을 기준으로 삼은 실제 투표 참여율은 7.1%에 불과했다.
아주 지역에서는 일본대사관 관할 지역에서 9,631명, 중국대사관 지역에서 6,846명이 각각 투표에 참여해 지역 내 참여율 1, 2위를 기록했고, 미주 대륙에서는 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 관할 지역에서 8,156명, 뉴욕 총영사관 지역은 7,548명이 투표에 참여하였다.
18대 대통령선거에서 투표한 재외국민중의 유효투표자 15만 7,291명은 야당후보에게 더 많은 지지를 보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8만 9,192표를 받았고,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6만 7,319표를 받았다. 문재인 후보와 박근혜 후보 사이의 표 차이는 2만 1,873표였다. 투표에 참여한 재외국민 표의 56.7%를 문재인 후보가 차지하였고, 42.8%를 박근혜 후보가 차지하였다. 문 후보가 13.9% 앞섰다.
재외국민의 지역별 투표 상황을 점검해 보자. 서울특별시의 경우 문재인 후보가 3만 1,804표, 박근혜 후보가 2만 5,572표를 각각 얻었다. 25개구 가운데 22개구에서 문재인 후보가 박근혜 후보를 앞섰다. 박근혜 후보는 중구, 용산구, 서초구, 강남구 등 4개 구에서 문재인 후보를 앞선 것으로 조사되었다. 8개월 전 총선 지역구 의원선출을 위한 재외투표에서 새누리당이 48개 선거구 가운데 46곳에서 뒤졌던 것과 비교하면 선전을 펼친 것이지만, 당시 비례대표 선거의 지지도에는 미치지 못하는 성적표였다.
부산광역시 재외선거에서는 문재인 후보가 박근혜 후보를 앞섰지만 경상남도에서는 박근혜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제쳤다. 인천과 경기도, 대전광역시와 충청, 강원도 재외선거에서는 문재인 후보가 박근혜 후보를 앞섰다. 대구광역시와 경북에서는 박근혜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압도하였다. 광주광역시와 호남에서는 문재인 후보가 박근혜 후보를 크게 앞섰다.
제주도는 박근혜 후보가 큰 폭으로 앞섰다. 앞서 8개월 전, 19대 총선에서 제주도와 강원도의 재외국민들은 비례대표 선거에서는 새누리당의 손을 들어주었고, 지역구 의원 선거에서는 민주통합당을 지지했었다. 제주도 출신 재외국민의 경우, 여타 지역과 달리 노장년층과 영주권자가 많다는 점이 특징이다.
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서울과 대구, 경북, 호남, 제주의 경우 재외국민의 투표 결과와 전체 개표 결과가 일치하였다. 서울과 호남은 문재인 후보 지지, 대구, 경북, 제주는 박근혜 후보 지지로 같은 결과가 나왔다. 둘째, 인천, 경기도, 대전, 충남북, 부산, 경남, 강원도에서는 재외국민의 선택과 전체 개표 결과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지역에서는 전체 투표 결과 박근혜 후보가 앞섰지만, 재외국민들은 문재인 후보를 더 지지하였다. 셋째, 서울 등 수도권 출신의 재외국민들은 지역 거주 유권자보다 더욱 야당 후보를 지지하였다. 넷째, 전체 투표 결과 영남권은 부산, 경남, 대구, 경북을 막론하고 박근혜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큰 표 차이로 제쳤지만, 재외선거에서는 부산, 경남과 대구, 경북의 선택이 달랐다. 다섯째, 영호남의 지지 후보 쏠림 현상은 재외국민 투표에서는 전체 투표에 비해 다소 약화된 양상으로 나타났다.
18대 대선의 특징으로 세대 투표 양상을 꼽는 시각이 국내 학계에는 엄존한다. 20대부터 40대까지 유권자의 경우 문재인 후보 지지가 많았고, 50대와 60대에서는 박근혜 후보가 앞서는 양상을 보여줬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세대 투표 양상이 재외투표에서도 똑같이 나타났다고 확언할 수는 없다. 다만, 총선 지역구 재외투표에 참여한 국외 부재자들의 구성비에서 40대 이하가 압도적으로 많았고, 이들의 투표 성향이 야당지지로 쏠렸던 양상을 고려해 보면, 대선 재외투표에서도 세대투표의 개연성이 높았다는 점을 짚어 두고자 한다. 또한, 대선 재외투표에서 경상남북도와 제주도를 제외한 여타 지역의 재외국민 가운데 2040 세대가 7대 3의 비율로 5060 세대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점도 놓쳐선 안 될 것이다.

3. 재외선거의 과제와 앞날

지난 4월, 20대 총선이 치러졌다. 재외동포는 여전히 7백만 명을 웃돌고 있지만 재외국민 수는 198만여 명으로 줄었다. 투표를 신고·신청한 재외선거권자는 15만 4,000여 명으로 2012년에 비해 3만여 명 가량 늘었지만 실제 투표자는 7천여 명 증가에 그쳤다.
재외선거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17대 국회 이후 여야 정치권은 꾸준히 공직선거법개정을 통해 재외선거의 개선방안을 모색해 왔다. 20대 총선에 영구명부제 도입과 투표소 추가 설치 등 일부 개선안이 도입됐지만 우편 투표와 인터넷 투표 등 논의해야 할 쟁점 사안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
재외국민들은 지난 2014년, 국민투표권 제한에 대해서도 헌법소원을 제기해 ‘위헌 결정’이란 성과를 일궈냈다. 우편 투표와 인터넷 투표도 꾸준히 요구할 태세이다. 정치권을 향해서는 재외동포를 대변하는 비례대표 의원 몫을 요구하고 해외선거구제를 채택하는 방안도 주장한다. 재외동포들의 참정권 회복 노력을 폄하해서는 안 된다. 정치권이 당리당략을 떠나 재외국민들의 국민으로서 권리를 찾도록 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이다.
그래도, 일각에서 제기하는 재외투표 무용론을 간과해선 안 된다. 1백억 안팎의 재외선거비용이 국민의 세금 부담임을 감안해야 한다. 세금납부 여부로 선거권을 박탈하는 것이 보통선거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해서, 무한대의 자유를 재외국민에게 주고 세금을 낭비하는 것 또한 묵과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투표에 두 번 이상 불참하면 불이익을 줘야 한다는 중앙선관위의 발상도 이런 차원에서 매도해서는 안 된다. 어떠한 경우라도 저조한 투표율은 비판의 빌미가 될 수 있다. 제도 도입 후 4번째를 맞는 2017년 12월 대통령 선거를 지켜보련다. 재외투표가 왜 필요한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파이팅 재외국민, 파이팅 재외동포 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