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한인 네트워크의 새로운 방향과 과제

-미래를 위한‘재외한인비전하우스’를 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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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민사박물관
홍면기(洪冕基)
동북아역사재단 정책기획실장.
2000년 중국 베이징대학 국제관계학원에서 법학(정치학)박사 학위 취득.
1989년에서 2007년까지 통일부에서 근무하다 동북아역사재단으로 옮겨 연구위원을 거쳐 지금은 정책기획실장으로 일하고 있다.
남북한관계와 통일문제, 한중관계, 중국 변경 및 조선족과 초국경협력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저서 「영토적 상상력과 통일의 지정학」(2006, 삼성경제연구소) 외에 「중국의 한국전쟁 참전기원」(2005, 논형), 「동아시아평화와 초국경협력」(2013, 동북아역사재단) 등의 역서, 기획서가 있고, 한국정치학회, 국제정치학회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메일주소 : hongmkey@hanmail.net

Ⅰ. 문제의 제기

재외한인 700만 시대이다. 냉전이 종식되고 세계화의 추세가 뚜렷해지면서 재외한인과의 접촉이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수십만의 동포들이 국내 노동시장에 진입하고 있고, 학업과 연구에 종사하는 젊은이들도 적지 않다.
근대 이후 한국 이민의 역사는 봉건 지배와 식민통치의 산물이라는 측면이 크다. 그러므로 봉건과 식민의 그늘을 벗어버리고 새로운 번영의 역사를 시작한 우리가 이들을 아우르는 것은 한편으로 시대를 건넌 ‘재회’의 과정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불행한 역사의 유산을 딛고 평화를 일구어가는 ‘치유’의 과정이기도 하다. 궁극적으로 재외한인의 역사적 역할을 재정의하고, 통일과정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은 조국의 불행으로 조국을 떠났으나 조국이 잊었던 이들을 역사적으로 ‘복권’하는 것이 되기도 한다.
그동안 우리 사회, 학계도 재외한인 문제에 대한 다각적인 연구를 축적해 왔고, 재외동포 정책도 진화를 거듭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교전략 차원에서 재외한인의 잠재력과 극복해야할 과제들이 본격적으로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는 아쉬움이 크다. 예컨대, 중국이 한반도 통일에 적극적으로 동의하기 어렵다고 내세우는 주요한 이유 중의 하나가 동북지방을 중심으로 거주하고 있는 조선족의 존재이지만 이런 문제에 대한 체계적 연구와 전략적 대안 제시는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일반 국민의 재외한인에 대한 몰이해와 이중적 심리구조이다. 일반 국민들의 재외한인에 대한 인식은 아직 동정심이나 정체성을 확인하거나 무관심의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재미동포와 조선족·고려인 등에 미묘한 차별의식을 갖는 이중성도 깊게 잠복해 있음을 경험적으로도 쉽게 느낄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이 글은 국민들이 재외한인들의 역사를 성찰적이고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이해하고, 이들과 함께 역사를 공감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아 보고자 한다. 한반도 정세가 요동치는 가운데 우리는 재외한인을 평화와 통일을 위한 유력한 동행자로 자리매김하고, 이들과의 대통합을 통해 남북한의 통합을 지지·지원하는 방안을 개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것이 한반도에 갇힌 한국인들의 심상지리를 확장하는 한편, 역사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고 세계로 다시 힘차게 발돋움하는 기반이 됨은 물론이다.

Ⅱ. 재외한인 문제에 대한 재인식 : 공공외교 자원으로서의 재외한인

1. 공공외교론의 등장과 개념의 변화

외교의 내용과 방식은 국제정치의 생태변화에 따라 변화해 왔다. 최근 외교 주체와 대상이 다양화되면서 새로이 등장한 개념이 공공외교(public diplomacy)이다. 공공외교라는 용어는 1960년 대 중반 미국 에드먼드 귈리언(Edmund Gullion)이 처음으로 사용했던 용어이다. 전통적 의미의 외교가 정부를 대표하는 사람들을 매개로 한 주권 국가들 간의 관계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에 비해, 공공외교는 타국 사회의 일반 대중 및 비공식적 특정 집단, 기구,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포괄적 행위를 일컫는다.
9·11 테러는 공공외교가 새로이 조명받게 된 계기가 되었다. 국가가 상대국 국민을 주대상으로 하는 기존 공공외교 개념으로는 국가간의 관계를 넘어선 비국가 행위자들이 참여하는 지구시민사회의 대두라는 현실을 충분히 반영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특히, 전대미문의 테러공격을 받은 미국에서 이슬람권의 ‘마음을 얻는’(wining hearts and minds) 외교의 필요성을 강조되게 되었던 것이다. 그 이후 캐나다와 노르웨이 같은 중견국가(middle-power)의 공공외교에 대한 재조명이 활발하게 이루어졌으며 공공외교가 반드시 미국과 같은 패권국가의 패권관리의 외교적 수단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비민주국가나 약소국에게도 중요한 외교적 수단으로 의미를 갖는다는 인식 하에 이에 대한 연구들이 이루어졌다.

2. 공공외교 자원으로서의 재외한인 역할의 재인식

현재의 공공외교의 목표는 선전활동을 통한 국가정책의 홍보나 국가이미지의 개선이 아니라 상대국가의 국민들과의 장기적인 관계를 형성하여 정부의 정책을 펼칠 수 있는 유리한 환경과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다. 공공외교를 포괄적으로 ‘타국 대중에 대한 직접적 접근 방식’으로 정의할 때, 그 방법들은 실로 다양하게 전개될 수 있다. 특히, 개별 국가들마다 가용자원의 조건에 따라서 공공외교의 방법은 다르게 전개될 수 있다. 또한 공공외교의 궁극적 수용자가 타국 대중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수용자들의 필요에 따라 공공외교 내용의 구성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공적개발원조(ODA)와 인권·환경 등 국제 공공재에 대한 기여, 민주주의와 문화 등 규범과 가치의 전파, 경제발전 경험 및 지식, 기술 이전 등이 그 예이다. 중국과 일본 등 강대국 사이에서 국력과 소프트 자원의 한계를 안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이런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공공외교 능력의 확충이 매우 시급한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공공외교의 핵심 요소를 구성하는 것은 국가가 보여줘야 하는 무형적 자산이고, 경성권력만으로는 달성하지 못하는 국가적 목표를 연성권력적 요소로 이루어 나간다는 것이 공공외교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국의 공공외교 수준은 만족스럽지 못한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주변 경쟁국과의 관계에서도 열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의 입장에서 공공외교자원의 발굴과 전략적 활용이 절실해지고 있는 배경이며, 이 점에서 재외한인이야말로 새로운 한국 공공외교의 광맥과도 같은 자원이 되는 것이다.
700만에 달하는 재외한인은 대부분 미·중·일·러 등 한반도 문제에 깊은 이해관계를 가진 국가에 거주하고 있다. 외교부 추계에 따르면 2013년 현재 700여만의 재외한인 중 중국과 미국,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재외 동포가 각각 257만, 209만, 89만 등으로 전체의 60%를 차지하고 있고, 여기에 러시아와 구소련권의 중앙아시아 국가들에 거주하는 47만여 명을 합하면 전체의 65% 가량을 점하게 된다.
이 같은 인구학적(demographic) 특징은 재외한인의 이주과정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 것이지만, 다른 한편에서 보이지 않는 ‘국력의 팔’로서의 한국의 외교적 잠재력을 담보하는 것이기도 하다. 즉 재외한인은 한국과 거주국, 지역 간 중개·조정·소통자로서 한국의 국력의 외연을 넓힐 수 있는 유력한 외교자원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적인 성취와 민주화를 통해 한국은 후발 중견국의 대열에 합류하였다. 그럼에도 해양과 대륙, 중국과 일본 사이의 위치한 지정학적 취약성, 제로-섬에 가까운 북한과의 갈등 구도로 말미암아 정상적인 외교에 많은 부담을 안고 있다. 이런 점에서 한반도를 주변국과 이해 당사국에 집중 분포한 재외한인을 전략적으로 포섭하는 것은 한국외교의 중요한 영역이며 과제로 부각되는 것이다.

3. 재외한인 네트워크와 외교적 ‘영향력’ 확대

21세기의 국제정치 환경은 세계화·정보화·민주화, 국제사회의 다양한 의제와 행위자의 출현 등으로 근본적인 변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국제정치에서 행위자가 다양화되고 있는 만큼 이들을 네트워킹하고 공공외교 주체간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중요하게 되었다. 이른바 주권국가 간의 당구장 모델 대신 국제사회에서의 다양한 행위자와의 ‘연결성’(connectedness)이 새로운 국력의 척도로 중시되고 있다. 국가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행위자들과 얼마나 연결되어 있고, 얼마나 좋은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있느냐가 중요해진 것이다. 국가를 가장 중요하고 유일한 행위자로 상정했던 현실주의의 당구공 모델(billiard model)이 힘을 잃으면서 외교도 전통적인 하드파워 내지 통상 외교에 더해 스마트/소프트 파워 외교, 매력외교라는 영역으로 확장되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도 민간 역량(civil power)과 민관협력, 네트워크 파워 등 모든 외교수단을 총체적으로 활용하여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와 같은 외교방식의 변화와 더불어 앞서 말한 재외한인의 분포상, 역사상 특징은 한국 공공외교의 특화된 영역과 자원으로서의 독특한 위상을 갖게 된다. 지정학적 불리함을 극복하고 남북한의 분단과 대치를 넘어 동아시아의 공동번영과 평화능력을 확보해 나가는 것이 한국 공공외교의 주요한 목표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 해외한인의 효과적인 네트워크는 그야말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이다. 한반도 인구의 10%내외의 재외국민을 가지고 있는 한국의 입장에서, 특히 최근 동아시아에서 불거지고 있는 역사갈등 등을 전략적으로 관리하고, 경제발전을 지속해 나가야 하는 한국의 입장에서 한반도 주변국에 집중 분포해 있는 한인의 네트워크를 통해 우호·지지세력을 확보하는 것은 한국의 외교자원을 확충하고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주요한 자원이 되고 있다.

Ⅲ. 재외한인, 어떻게 네트워크할 것인가?

1. 네트워크적 발상(networking mind)

전통적인 국제정치와 새로운 세계정치가 서로 경합을 벌이는 ‘네트워크 간의 정치’, 즉 ‘망제정치(網際政治, inter-network politics)’가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다. 그러나 중견국 한국이 동북아시아에서 새로운 네트워크와 프로그램을 구축하거나 또는 미국과 중국의 양대 네트워크 사이에 영향력 있는 스위처가 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소수자 연대의 ‘하위 네트워커(sub-networker)’전략이나 ‘대안적 스위처(alternative switcher)’전략 또는 ‘응용프로그래머(application programmer)’전략 등을 구사해 볼 수는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 무엇보다도 시급하게 필요한 것은 19세기적인 ‘균형의 발상’(balancing mind)을 넘어서는 21세기적인 ‘네트워크적 발상’(networking mind)을 갖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네트워크 전략의 비전과 내용을 개발하여야 할 것이다.
복합외교의 전략은 국가총체적(whole-of-government) 인재활용, 정부 부서를 가로지르는 T/F의 활성화, 디지털 네트워크의 활용, 민관 협업체제, 지역별 맞춤외교 전략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김상배가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네트워크 마인드를 갖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 글은 재외한인 네트워크 성과와 현황에 대한 상세한 분석보다는 네트워크 전략에 대한 문제제기(problematization) 내지 방향 제시에 초점을 맞추기로 한다. 재외한인 네트워크가 아직 전략적 일관성(strategic consistency)을 가지고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2. 재외한인 네트워크 문제와 역사기억

무엇보다 시급한 문제는 공공외교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전환이다. 당장의 보이지 않는 외교적 성과를 기약하는 공공외교에서 다른 나라 사람들과 감정적 공감대를 확산하며 소프트 파워 자원을 늘려나가는데 국민들의 이해와 지지는 가장 기본적인 요건이 되는 것이다. 이 점에서 한국의 공공외교력은 매우 빈약하다. “한국은 자국 인구 대비 세계 제2의 재외동포 보유국으로 활용 가능한 인적자원의 잠재력이 큰 나라인데도 재외동포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재외동포정책의 낮은 위상으로 재외동포 활용도가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라는 이진영의 지적은 이런 문제점을 단적으로 요약하고 있다. 요컨대, 재외한인을 우리의 유력한 외교자원으로 네트워킹하는 것이 중요한 정책과제임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에 대한 아직 우리 사회의 인식과 실천은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재외한인에 대한 인식의 한계는 집권당인 한누리당이 지난 대선과정에서 제시한 박근혜 제18대 대통령선거후보 재외동포정책 공약에도 잘 드러나 있다. 당시 새누리당은 “재외동포들의 권익 신장은 재외동포들에게 실질적인 편익을 가져다 주는 일인 동시에 ‘재외동포’라는 소중한 인적 자산으로 하여금 모국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의 확대와 일맥상통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720만 재외동포가 계신 곳이 바로 대한민국”이며, “국민대통합”을 통한 “100% 대한민국 만들기”의 완결판이 재외동포의 권익향상이라는 마인드로 관련 정책 발굴과 추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 복수국적 허용 연령 확대, 재외국민용 주민증 발급, 유학생 학자금 대출 허용, 재외국민보호법 확대 등 ‘맞춤형 6대 정책’을 공약하고 있다. ‘권익향상’이라는 선심성 공약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이들을 새로운 외교의 자원으로 동참시키기고 활용하기 위한 고민은 잘 보이지 않는다. 학계에서 ‘한인 디아스포라 연구사업단’이 꾸려지는 등 연구차원의 노력이 진전되고 있으나, 국민들의 인식을 전환할 수 있는 전기는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연구의 중추는 움직이고 있으나, 인식 전환의 중추가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역사를 기억하는 방법, 특히 비전의 부재에 가장 큰 원인이 있다. 한·중·일은 그 역사적 경험이 상이한 만큼 자국의 역사에 대한 서로 다른 역사상을 가지고 있으며, 재외교민에 대한 인식도 마찬가지이다. 재외한인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학교와 사회교육기관을 통한 교육과 대중을 상대로 한 박물관 등의 활동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한·중·일은 자국 재외교민의 역사를 어떻게 기억하고 전승하고 있는가?

Ⅳ. ‌역사를 기억하는 법 : 한·중·일 재외교민 박물관의 경우

전통적 최근 일본의 역사수정주의가 기승을 부리면서 역사를 기억하는 방법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한국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등의 고통스런 과거를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중국에서는 청일전쟁 패배를 잊지말자는 기억의 정치화가 뜨겁다. 역사를 기억하는 방법은 각 기억주체의 경험과 문화적 배경, 그리고 현재 상황에 대한 인식 등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게 마련이다. 그것은 바로 기억이라는 것이 과거의 사건과 경험을 회상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기억들을 가진 주체들이나 집단들의 끊임없는 기억투쟁을 통해 선별되고 재구성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런 기억을 생성하고 공감, 확대하는 장소로 대표적인 것이 박물관이다. 박물관은 생애 학습공간으로, 비정규의 사회교육기관으로서, 그리고 이용자들의 위락공간으로서 일반 대중에게 공개되고, 사회발전에 이바지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그러나 박물관은 과거 역사·문화유산을 보관하는 장소에서 사회·문화·예술·교육으로서의 기능을 요구받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박물관은 “제도적으로 권위있는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중립적인 공간”은 아니며 현재 우리가 딛고 있는 역사적 지점을 확인하고, 기억 속에 잊혀진 역사적 사실을 온전히 드러냄으로써 새로운 역사를 성찰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한·중·일은 자국 재외교민의 역사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가? 이들 국가의 대표적인 교민 박물관을 살펴보자.

1. 한국 이민사 박물관

한국 이민사를 가장 체계적으로 수집, 정리한 공간이 인천에 있는 한국 이민사 박물관이다. 하와이 이민 100년을 기념하여 2008년에 개관한 한국 이민사 박물관은 2003년 미주 이민 100주년을 맞아 선조들의 해외에서의 개척자적인 삶을 기리고 그 발자취를 후손들에게 전하기 위해 인천 시민들과 해외동포들이 뜻을 모아서 건립한 우리나라 최초의 이민사 박물관이다. 한국 공식 이민의 첫 출발지였던 인천에 이민사 박물관을 건립함으로써 한인 이민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전시, 홍보할 수 있는 공간이 비로소 마련된 셈이다.
박물관은 인천광역시 중구 월미로에 지하 1층, 지상 3층, 연면적 4,127㎡의 규모로, 네 개의 상설전시실과 교육 및 행사를 위한 부대시설을 구비하고 있다. 제1전시실(미지의 세계로)에서는 개항 당시 인천을 소개하고, 첫 공식 이민이 이루어지기까지의 국내정세 및 하와이 상황을 살펴볼 수 있다. 또한 이민자들을 싣고 하와이로 떠난 갤릭호 모형을 통해 당시 이민자들의 길고 험난했던 여정도 체험해 볼 수 있다. 제2전시실(극복과 정착)은 하와이에 정착한 한인들의 애환과 개척자로서 미국 전역에 뿌리를 내린 발자취 등을 담은 사진자료 및 유물을 볼 수 있다. 사탕수수 농장 한인노동자들의 고된 생활을 담은 영상과 하와이 한인 학교를 연출해 놓은 교실에는 그 당시 사용했던 교과서가 전시되어 있다.
제3전시실(또 다른 삶과 구국염원)은 중남미로 떠난 한인들의 또 다른 삶과 조국의 광복을 위해 몸바쳤던 선열의 활약상을 볼 수 있다. 멕시코 에네켄 농장으로 보내졌던 이민자들의 가혹한 노동환경과 쿠바, 파라과이 등 기타 남미 국가로 떠난 이민자들의 삶에 대해 알 수 있다. 제4전시실(세계 속의 대한인)에는 전 세계 각국으로 진출한 700만 해외동포의 근황과 염원을 살펴볼 수 있다. 그밖에 한인이민사를 재조명하고 한인들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각종 해외이민 기념사업과 축제, 문화 활동에 대해서도 살펴볼 수 있다.
한국 이민사 박물관은 그 명칭에도 불구하고 미주 이민사와 그들의 역정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 타 지역으로의 이민사나 재외한인의 역사와 삶을 총체적으로 망라하지는 못하고 있어 아쉽다. 박물관은 매년 해외 이민과 관련한 특별전시회를 열고 있다. 해외에는 일본 동경의 재일한인 역사자료관 등이 있고, 조글로가 운영하는 조선족 사이버 박물관 등도 있다.

2. 중국의 화교 관련 박물관

중국의 화교박물관으로 잘 알려진 곳으로는 시아먼에 있는 ‘화교박물관’이다. 이 박물관은 화교사업가 천지아껑(陈嘉庚)이 1956년 사재를 출연해 발의하여 1959년에 완공한, 중국에서 화교의 역사를 가장 체계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연면적 12,000㎡, 연 건축면적 10,110㎡ 규모로 7,000여건의 소장품을 보유하고 있다.
50여 년 동안 160여만 명이 이 박물관을 관람한 것으로 추계되고 있으며 애국주의 교육, 내외 중국인 우의 증진, 문화교류 촉진 등의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중국 박물관의 전시 내용은 ‘애국주의 교육’과 관련이 깊다. 애국주의 교육은 1990년대 개혁·개방과 더불어 사회 통합력이 약해지자 중국정부가 “국가 통합과 안정의 기능을 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와 방안”으로서 제시한 것이다. 중국은 박물관·기념관·혁명유적지, 자연 공원 등을 애국주의 교육기지로 지정하여 이완된 사회주의에 대한 충성심 대신 애국주의 이데올로기 주입에 노력하고 있다. 중국은 1995년 3월 ‘100대 애국주의 교육 기지’가 발표하였는데, 박물관·기념관·공원·유적 등이 중심이었다. 중국 전국에 약 2,300개의 박물관이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는 데, 이 중 1급 박물관은 83개 내외이고, 이 화교박물관도 2008년에 국가 1급 박물관이 되었다.
이 밖에도 중국 광동성 등지에 화교박물관이 있고, 일본 고베와 말레이시아 쿠칭의 화교박물관, 필리핀 마닐라의 ‘화교의 집’(Bahay Tsinoy)등 해외에도 관련 시설이 있다.

3. 일본의 일계(日系, Nikkei) 관련 박물관

일본인이 해외에 이주한 역사는 1866년 해외 도항을 금지(쇄국령)이후 한 1세기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일본인의 해외이주는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을 중심으로 미국과 캐나다로의 이주가 이루어졌고,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걸쳐 남미에까지 진출하였다. 1924년 미국이 일본인의 입국을 금지하면서 대량의 일본인이 남미로 옮겨가게 되었는데, 제2차 대전 이전에 약 77만, 이후에 약 26만이 이주하게 되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250만 이상의 일본인과 그 후예들이 세계 각지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리고 지난 10여년 간 약 30만 명의 재외 일본인들이 학업이나 취업을 위해 일본으로 돌아오고 있다.
일본은 재외 일본인이 노동력의 이주라는 의미를 넘어 거주국과 일본의 관계 심화, 거주국의 일본 이해를 증진하는 가교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외교적 의미가 있다고 보고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재외 일본인 초청연수, 재외 일본이 대회 개최 등이 그것이다. 외무성 산하의 일본 국제협력기구(JICA, Japanese Overseas Migration Museum)는 많은 재외 일본인이 거주하는 중남미 지역을 대상으로 일본어와 일본 문화에 노력하고 있다.
이런 활동과 아울러 국제협력기구는 요코하마(橫濱)에 해외이주자료관을 설치하여 재외 일본인 관련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일본은 이민과 깊은 관련을 가진 미국 캘리포니아에 ‘전미 일계인 박물관’(全米 日系人 博物館)이, 브라질 상파울로에 ‘브라질 이민 사료관’ 등 재외 일본인 관련 시설을 설치하고 있으며, 이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교민외교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Ⅴ. 미래를 위한 ‘기억의 비전 하우스’를 세우자

1. ‘자기’, ‘과거’에 갇힌 재외교민에 대한 인식

이처럼 한·중·일은 자국의 이민사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환기하고, 독특한 역사적 경험을 배경으로 해외에서 활약하고 있는 자국 재외교민을 국력의 외연으로 활용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그러나 삼국의 대표적인 재외교민 박물관인 이 3곳은 자국 중심의 ‘일방성’이라는 특성을 강하게 보여주고 있다. 20세기 초반 한인 이민은 일제 식민지배와 밀접한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일본인의 이민사 관련 박물관에서 이런 타자에 대한 배려를 찾기는 아직 머나먼 길인지도 모를 일이다.
다른 하나의 특징은 각국의 재외교민에 대한 기억의 방식이 과거지향적이라는 것이다. 즉 한·중·일 삼국의 역사기억법이 기본적으로 동아시아 공동의 미래를 조망하기 보다는 기본적으로 과거 이주민들의 고난과 어려움, 개척의 과정 등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고, 국가주의를 넘는 수준에서 재외교민의 미래역할에 대한 구상이 탈락되어 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자국민 중심의 문제도 드러나 있다. 이영호는 한국 이민사 박물관이 100년 전 우리와 닮은 노동이민을 통해 “‘부자 나라’ 한국에 들어와 한국인이 되고자 하면서도 고국의 동포임을 잊지 않는, ‘자기화된 타자’에 대한 관심과 배려는 거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자국 해외동포의 자부심과 긍지를 소중하게 여기면서 자기 상처의 치유에 관심을 경주하면서 ‘우리 안의 제국성’을 무의식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지적은 재외한인에 대한 우리의 의식 수준이 미래의 역사과정에 그들을 기꺼이 참여시키는 ‘복권’의 과정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국제이주가 일상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에서 이러한 재외교민에 대한 과거지향적, 자기 중심적 인식은 극복되어야 할 과제이다. 도블린 란네베이그 아구니아스(Dovelyn Rannveig Agunias) 등은 한국가의 디아스포라의 활용을 목표와 ‘역량 파악’→‘디아스포라 알기’→‘신뢰구축’→‘이해 관계자 동원하기’(정부·디아스포라·시민사회)→‘효과적인 디아스포라 활용’의 단계로 개념화하고 있다. 그들의 개념 구도를 따를 때 한·중·일 재외교민 박물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위와 특징은 자국민 우선의 배타성과 국민국가 단위의 사고를 조장함으로써 역사를 전반적으로 이해하고 직시하는 것을 방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보여진다.
한국의 경우, 이민사에 대한 이와 같은 편면성과 배타성은 한반도 내 한국인과 재외한인 간의 관계가 진정한 ‘만남’과 ‘치유’를 어렵게 함으로써 재외교민이 신뢰구축을 넘어 서로를 진정한 역사의 동반자로 인식하는 상호이해와 새로운 정체성의 창출을 저해하는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이는 곧 위에서 말한 한국 공공외교가 요구하고 있는 재외한인의 전략적 네트워크의 한계로 작용할 개연성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시계(視界)를 극복하지 않으면 국가와 국경을 넘는 공동 네트워크의 구축도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2. 미래를 위한 ‘재외한인 비전 하우스’를 설계하자

여기서 비전 하우스의 개념을 도입하는 것이 유용할 것이다. 비전 하우스는 각각 서로 다른 내용(부분)들의 상호관계를 알기 쉽게 도시하여, 한눈에 모든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
1990년 대 이후 한국과 재외한인 네트워크도 괄목할 만한 진전을 이루어 왔다. 그러나 이런 노력이 상당부분 매우 분절적으로 수행되면서 미래 비전과 미션을 공유하지 못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림 7>은 재외한인이 가지고 있는 특징과 사명, 비전을 위계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재외한인에 네트워크에 대한 일종의 ‘통합적 개념도’(schematic diagram)라고 할 이 그림을 통해 재외한인 네트워크가 갖는 시대적 사명(미션)의 죄표와 지향을 확인할 수 있다.
재외한인 네트워크에 대한 비전 하우스는 기반, 강점, 가치, 사명과 비전의 위계와 연계성을 갖는다. 위 그림에서 보여지는 바와 같이 미·중·일·러와 중앙아시아 등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에 관건적인 이해당사국에 주로 분포한 재외한인은 한국의 공공외교와 그 수단으로서의 네트워크에 가장 중요한 기반(Foundation)을 이루고 있다. 특히, 이런 재외한인 분포 지역은 한국사의 역사 공간으로서의 중요성도 갖는다. 즉 고대사와 문명 교섭의 공간이었던 재외한인의 분포지는 독립운동의 거점이기도 했고, 미래 한민족의 경제문화적 진출의 공간이기도 하다.
재외한인 네트워킹에 있어서 강점(Strength)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그들이 척박한 환경에서 놀라운 적응력을 보여왔다는 점이다. 조선족·고려인 사회는 중국의 개혁·개방과 한·중, 한·중앙아시아 수교가 가져온 충격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공고한 응집력을 발휘하면서 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해 왔다. 오히려 이들은 경제사회적 충격을 딛고 경제사회적 능력을 축적하고 모국과의 긴밀한 관계를 틂으로써 다각적인 교류와 협력, 네트워크의 경험을 쌓아왔다. 재외한인 사회가 가지고 있는 적응력이 발휘된 결과라 하겠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공공외교가 새로운 외교양식으로 주목을 받고, 남북한 갈등 해소에 기여할 수 있는 기대역할이 있다는 것도 재외한인 네트워크를 추동하는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런 재외한인 네트워크는 기본적으로 평화와 협력·호혜의 가치(Value)를 추구한다. 아울러 상호 신뢰를 기초로 배타성이 아닌 개방성을 확보해야 한다. 재외한인 사회는 경제의 글로벌화에 따라 그 활동의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이런 점에서 재외한인 네트워크는 거주국의 지역성(locality)를 초극하여 세계적인 수준으로 그 사고와 활동영역을 넓히는 확장성을 갖게 되고, 자연스럽게 탈국가·탈영토주의라는 가치를 지향하게 된다.
이런 가치구조 속에 교직되는 한인네트워크는 결국 거주국과 모국간의 공동 번영과 평화를 성취한다는 사명(Mission)을 내재화하게 된다. 위와 같은 가치와 사명감을 통해 이견을 조정하고, 네트워크간의 소통 구조도 마련될 수 있다. 공동의 공공외교 자원을 창출하여 미래 세계 평화의 주역으로 활약한다는 재외한인 네트워크의 비전(Vision)은 이 개념도의 가장 높은 단계에 위치한다. 여기서는 두 가지의 패러독스를 이끌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하나는 이른바 ‘아시아 패러독스’(global paradox)이다. 이는 한·중·일 삼국간의 경제적 상호의존이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신뢰부족, 역사·영토갈등과 군비 경쟁 등이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현상을 말하는 것이다. 재외한인 네트워크는 독특한 생성배경과 역사적 경험으로 아시아에서 화해와 관용을 매개할 가장 유력한 네트워크 중의 하나이다. 동남아에서 경제적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는 화교네트워크나 전쟁 책임국이며 동아시아에 큰 세력을 갖고 있지 못한 재외일본인에 비해 한인네트워크는 아시아 패러독스를 해소해 나갈 수 있는 도덕적 당위성과 유력한 자원을 선점하고 있다. 오직 한인만이 독특하게, 유일하게 이런 역할을 감당할 역사적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세계경제가 거대화될수록 소규모 경제 주체들의 영향력이 커진다”는, 존 네이스빗(John Nicebitt)의 ‘글로벌 패러독스’(global paradox)이다. 그는 “경제분야에서 네트워크가 국가의 영역을 무실화시키는 현상은 21세기에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해외에 흩어져 있는 한국민들의 네트워크가 화교들처럼 경제적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라고 진단하고 있다. 거대화된 경제구조 속에서 작은 기업이 복잡하고 빠른 변화에 기동성있게 대처하면서 세계경제에 영향력을 확대한다는 그의 주장의 요지이다. 이는 한인네트워크의 가능성에 주목한 그의 예측과 더불어 재외한인 네트워크의 비전 설정과 그 가능성에 깊은 시사를 주고 있다.
미래는 우연히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 사람들의 활동이나 뭇 활동을 통해 만들어 가는 것이다.(The future doesn’t just happen: People create it through their action-or inaction-today) 미래를 위해 과거는 기억되어야 한다. 그러나 글로벌 차원으로 확장되고 있는 재외 한인들은 한국과 재외한인, 한·중·일을 넘는 공공외교 자원을 창출해 나가야 한다는 주체적 자각을 요구받고 있다. 이 점에서 한국과 재외한인 네트워크는 분단을 극복하고 세계 평화의 주역으로 나서야 한다는 비전을 구체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과정에서 재외한인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전환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다시 강조해둘 필요가 있다. 분산적이고 분절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재외한인 정책을 공공외교차원의 전략으로 체계적으로 포섭하면서, 국민과 재외한인의 인식을 전환시켜 나가는 것이 재외한인 네트워크 전략에서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3. ‘재외한인 비전 하우스’, 무엇을 담을 것인가?

세계적으로 자국민 대 해외동포의 비중이 월등히 높은 우리가 아직까지 국격과 전략적 수요에 어울리는 재외한인 박물관을 가지지 못한 것은 아쉬운 일이다. 그러나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자기’와 ‘과거’에 갇힌 재외교민에 대한 기억의 방식을 뛰어넘어 과거와 미래, 국가와 지역을 아우르는 미래지향적 박물관을 만든다면 재외교민과 네트워크 이해에 새로운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개념의 박물관, 즉 ‘재외한인 비전 하우스’는 앞의 <그림 7>의 내용과 구조를 중심으로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몇 가지를 부기해 두기로 한다.
먼저, 비전 하우스는 재외한인의 역사와 현실을 전면적으로 충실히 담아내야 할 것이다. 역사에서 유리된 미래는 공허한 것이다. 그러므로 재외한인의 미래를 기억하기 위한 비전 하우스가 박물관의 기능을 버릴 수는 없을 것이다. 한인의 해외이주는 시기와 동기에 따라 다양한 양상을 갖는다. 유망(流亡)의 역사가 있는가 하면 의욕의 역사도 깃들여 있다. 자발적 동기가 있는가 하면 정책의 산물도 있다. 자랑스런 개척의 역사가 깃들여 있는가 하면 부끄러운 단면이 없을 수 없다. 이와 같은 다양한 지층을 가감없이 소개하면서 우리의 역사를 제대로 알리는 것이 비전 하우스의 일차적 목적이 되는 것이다. 이 공간에 재외 한인 근로자나 국내외에서 정치사회적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신형 디아스포라, 탈북자에 대한 문제의식들도 새로이 환기시킬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비전 하우스를 한국인과 재외한인에게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하는, 치유와 정신적 복권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필요가 있다. 초두에 언급했듯이 한국인과 재외한인과의 만남은 역사의 치유와 복권의 과정이기도 하다. 이 과정을 온전히 소화해 내기 위해서는 조국과 거주국, 남한과 북한 사이의 주변성에 억눌렸던 재외한인의 아이덴티티를 미래지향적으로 복구해 주는 것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특히, 분단 경계인으로서 살아온 재외한인들이 새로운 역사적 역할을 담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장치도 빼놓을 수 없다. 재일한인이 가장 극명한 예이지만 재외한인이야말로 분단의 경계인(marginal man)으로서의 삶을 몸소 겪어온 역사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전 하우스는 이들에게 새로운 시대 자신들의 사명(미션)을 자각하는 치유와 복권의 과정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셋째, 미래 지향성, 진취성을 고양하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재외한인 사회는 우리가 멸실한 과거를 추억하는 공간이 아니다. 재외한인 사회에 우리 전통의 보존과 묵수를 기대하거나 요구하는 것은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또한 ‘재외한인 비전 하우스’ 건립을 얘기하는 것은 배타적 민족주의나 배외주의를 고양하기 위함이 아니다. 그것은 과거로부터 나와 지역협력과 평화역량으로서 그들의 위상을 확인하고,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에 대한 동의의 기회를 갖는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중견국 한국은 국제적인 규범과 보편적 가치를 세계와 공유하지 않으면 안되며, 이런 뜻에서 우리 안에 도사린 ‘제국 심리’를 정화하는 공간이 되면 더욱 좋겠다. 요컨대, 개방성, 포용성을 담지하는 지역협력과 평화를 견인해 나가는 미래지향성과 진취성을 담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주의라는 울안에서 자국민의 해외 이민사만을 배타적으로 강조함으로써 이민사가 갖는 세계사적 배경이나 연동관계 등에 대한 이해를 결여하고 있는 기존 박물관의 한계를 넘어서야 할 것이다.
넷째, 새로운 개념의 박물관인 비전 하우스는 재외한인에 대한 정당한 이해를 도모하고 이들을 네트워킹하는 전략의 중추이며 거점의 기능을 갖는다. 비전 하우스는 재외한인 네트워크의 중심(hub)으로서 국민들의 재외한인 문제에 대한 인식제고→공공외교 기반 확충→재외한인 네트워크 강화와 복합적 네트워크 구축의 선순환 구조를 이끌어가는 위상과 기능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비전 하우스는 충분한 기능 확장성을 확보해야 한다. 교육·사료관의 기능을 같이 한다면 좋을 것이다. 해외에 ‘재외한인 비전 하우스’를 설치하거나 한류, 한글 등의 문화자원을 결합하는 것도 검토해 볼 수 있다. 방식의 문제와 관련하여 이와 같은 비전 하우스는 물리적 공간을 확보하여 설치할 수도 있으나 우선 사이버 공간에서 구축, 운영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박물관은 단순한 과거를 박제해 두는 공간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재외한인 박물관은 과거를 정확히 기억하고 기록하면서도 ‘미래를 위한 기억’을 충전해 둘 수 있는 여백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만 분(憤)만과 질곡만이 아닌 긍정과 기약의 미학을 기대할 수 있다.

Ⅵ. 결어 : 요약과 정책적 건의

역설적이지만 동북아시아 협력과 평화과정에서 조선족/코리안 디아스포라의 잠재력에 대해 주목한 것은 오히려 외국의 학자들이었다. 대표적인 예가 와다 하루키(和田春樹)다. 그는 심지어 “각국에 거주하는 한족(조선족)이 이니셔티브를 취하려 하지 않는 한 동북아시아 지역협력은 시작되지도, 전진하지도 못할 것이다”라고 지적한다. 중국인 학자 이바오중(衣保中)도 동북아시아 협력과정에서 조선족의 역할을 중시하고 있다.
새로운 외교형태로 공공외교가 확고히 자리잡아가면서 ‘국력의 보이지 않는 팔’로서의 재외한인과 전략적 네트워킹에 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최근 한중일간의 역사논쟁이 가열되면서 역사를 기억하는 방법에 대한 논의가 일면서 재외한인의 역할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재외한인의 잠재적 가능성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수준은 만족할만한 수준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공공외교의 자원으로는 물론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공동 공공외교’ 수단으로 재외한인을 포섭해 내기는 어렵다.
필자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재외한인에 대한 종합적 박물관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하는 것이다. 물론 그것은 과거의 개념과 구별되는, 재외한인의 새로운 정체성과 비전을 담은 것이어야 한다. 필자의 관견으로 재외동포 네트워크 전략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이에 대한 ‘통합된 개념도’(schematic diagram)가 우리 사회에서 확실히 공유되지 못하고, 정책결정자들도 수사적 혹은 정치적 차원에서 재외한인 문제에 접근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재외한인 문제에 대한 명확한 개념도를 가지고 재외한인의 미션과 비전을 공유할 비전 하우스 건립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국인과 재외한인의 전략적 제휴와 네트워크야말로 지정학적 취약성을 보완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추동해 나갈 강력한 잠재력이기 때문이다. 이런 개념의 박물관은 인천의 이민사 박물관 확장도 방법이나 국민들의 인식전환을 위해서는 서울의 상징성있는 거리에 새로이 건축하는 방법도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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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New Direction and Tasks for the Network of Overseas Koreans
– Building a‘Vision House of Overseas Koreans’for the Future-Hong Myeonki
(Northeast Asian History Foundation)Contact with overseas Koreans have become commonplace in reality, thus introducing a dire need to locate methodologies that can develop the network of overseas Koreans into an influential partner for reunification and prosperity. Their experience throughout history and geographic distribution particularly holds the potential for them to contribute toward peace and reunification on the Korean peninsula. In order to maximize such a potential, the foundation, strengths, values, mission and vision of the network of overseas Koreans are in want of a strategic reconfiguration. Accordingly, it is necessary to actively consider the establishment of a ‘Vision House of Overseas Korea’ to be used as a space for mapping out the future.

Key Words : Overseas Koreans, Network, Public Diplomacy, Korean Peninsula, Reunification, Prosperity, Vision Hou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