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국적 논의 현황과 확대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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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일
모스크바 뉴스프레스 발행인

❐ 들어가는말

한국의 재외동포사회의 발생과 전개과정은 한국의 근현대사와 그 궤를 같이 하고 있다. 한국의 근현대사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어 왔다. 조선말 정치경제적 혼란에서 시작된 150년 전 러시아로의 첫 이주를 시작으로 식민지시대에는 연해주와 간도지역으로의 대규모 이주가 이어졌다. 이와 동시에 일본 본토와 사할린, 미국의 하와이 등으로도 간헐적이고 지속적으로 한국민의 이주가 이루어졌다. 그리고 해방 후에는 주로 미국을 중심으로 독일 등 유럽으로의 이주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이러한 한국민들의 이주 역사는 약 100여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이 기간은 한민족사에서 조선의 멸망과 식민지시대 그리고 분단시대를 관통하는 매우 드라마틱하면서도 복잡한 양상을 가지게 되는 시기이다.
다른국가 국민들의 해외 이주와 비교하여 한국민 이주의 독특한 성격을 보여 주는 것이 다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는 주로 한반도 주변 4대 강국에 한국민들이 대규모로 이주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둘째는 비교적 이주 초창기에 대규모로 이주가 이루어졌던 중국과 러시아지역이 냉전시대의 영향과 외교관계 단절 때문에 반세기가 넘도록 한국과 교류가 끊어져 있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교류의 단절은 문화적 단절을 낳았고 더군다나 러시아와 중앙아시아지역의 이주민들은 한국어를 잃어버리는 언어적 단절까지 겪게 되었다.

❐ 한국 국적법의 현황

한국 국적법은 그동안 엄격한 단일국적주의를 유지해 오다가 최근 10차 개정을 통해서 선천적 복수국적자에 대하여는 항구적으로 복수국적을 보유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후천적 복수국적에 대하여는 극히 예외적으로만 이를 허용하고 있다. 주요원인으로는 복수국적이 병역기피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에 대한 국민적인 반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복수국적이 병역기피의 수단이 된다는 주장과 오히려 병역자원을 확대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는 주장이 양립하고 있다.

❐ 복수국적 제도에 대한 이해

1. 복수국적에 대한 국제사회의 태도

전통적으로 국제사회는 누구나 국적은 하나만 가져야 한다는 원칙이 지배해 왔다. 하지만 최근 각국은 자국민이 선천적 이중국적인 경우는 물론, 후천적 사유로 외국 국적을 취득하더라도 본인이 원하는 한 자국의 국적을 계속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형태로 국내법을 수정하는 추세이다. 1977년 캐나다를 시작으로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영국 등이 차례로 국내법을 개정하였다. 그리고 외국국적의 취득을 국적상실의 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기타 국가들도 실제 운용에 있어서는 외국국적을 취득한 국민을 계속 자국민으로 처우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예컨대 미국의 경우 복수국적을 지지하거나 장려하지는 않지만 현실적으로 발생하는 복수국적은 용인하고 있으며, 미국, 영국, 프랑스는 선천적 복수국적자에 대하여 국적선택을 강요하지 않는다. 일본의 경우는 한국과 같이 국적선택제도가 있으나, 국적선택 불이행을 이유로 국적을 상실한 사례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스라엘은 유대인의 투자 유치 및 본국 귀환을 촉진시키기 위하여, 멕시코는 미국에 거주하는 자국민을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복수국적을 용인하고 있다. 이와 같이 세계 많은 나라들은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복수국적을 명시적 혹은 묵시적으로 그리고 어느정도로든지 복수국적을 용인 내지 묵인하고 있는 추세이고, 이런 국가의 수가 80개국 이상에 달하고 있다. 이렇듯 세계 각국은 복수국적을 지지하거나 권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복수국적에 대하여 보다 유연하고 관대한 태도를 보이는 추세이다.

2. 한국의 복수국적 제도

1948년 12월 20일 국적법 제정 당시에는 후천적 복수국적은 불허하였으나, 선천적 복수국적자는 항구적으로 복수국적을 인정하였다. 왜냐하면 당시에는 복수국적자에게 어느 하나의 국적을 선택하여야 할 의무가 없었고, 단지 국적이탈을 하고자 할 경우 법무부장관에게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었다.(법 제12조 제5호)
그후 1962년, 1963년, 1977년 1~3차 개정을 거쳐 1997년 12월 13일에 제4차 국적법 개정(1998년 6월 14일부 시행)으로 많은 내용의 변화가 있었으나, 복수국적과 관련하여 가장 큰 변화는 국적선택제도의 도입이다. 즉 만 20세가 되기 전에 복수국적자가 된 경우에는 만 22세가 되기 전까지, 만 20세가 된 후에 복수국적자가 된 사람은 그때부터 2년 내에 국적을 택일하게 하였고, 국적선택 기간 동안 하나의 국적을 선택하지 아니한 사람에 대하여는 우리 국적이 상실되도록 하였다. 아울러 복수국적자 중 대한민국의 호적에 입적되어 있는 남자로서 병역법의 규정에 의하여 제1국민역에 편입된 후 병역을 필하지 아니하거나 면제받지 아니한 자는 다음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때(병역이 해소된 때)부터 2년 내에 하나의 국적을 선택하도록 하였다. 다만 만 20세가 되기 전에 병역이 해소된 때에는 만 22세가 되기 전에 하나의 국적을 선택하도록 하였다.
또한 제4차 국적법 개정을 통해 그 전까지는 후천적 복수국적을 예외없이 무조건적으로 억제, 방지하려는 입장이었으나. 예외적, 부분적으로 후천적 복수국적을 허용하게 되었다. 즉 국민이 자진하여 외국국적을 취득한 경우가 아닌 혼인, 입양, 인지, 수반의 사유로 외국국적을 자동(비자발적)으로 취득한 경우에는 6개월 내에 법무부장관에게 국적보유 신고를 하면 복수국적을 보유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국적법 제 15조) 물론 이 경우에도 국적 선택기간 내에 하나의 국적을 선택하여야 한다.
이어서 2005년 5월 24일에 개정된 제7차 국적법 개정 법률(이른바 ‘홍준표법’)은 병역을 기피하도록 할 목적으로 원정출산 등 편법적인 방법으로 자녀에게 외국국적을 취득시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직계존속이 외국에서 영주할 목적없이 체류한 상태에서 출생하여 이중국적자가 된 자(원정 출산자)는 병역이 해소된 때에 한하여 국적이탈 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국적이탈의 제한 규정을 신설하였다.(국적법 제12조) 아울러, 원정출산이 아닌 경우에는 만 18세가 되는 해 3월 말까지는 병역과 상관없이 자유롭게 국적을 선택할 수 있도록 개정하였는데 이는 그전 보다 국적선택기간을 3개월 더 연장한 것이다.

3. 현행 국적법의 주요 내용

현행 국적법은 지난 2010년 5월 4일, 제10차 개정된 법률로서 2011년 1월 1일부로 시행되었다. 주된 개정내용은 국적선택제도를 완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복수국적자가 우리국적을 선택할 경우에는 반드시 외국국적을 포기하도록 한 것을 대한민국에서 외국국적을 행사하지 아니하겠다는 뜻의 서약(외국국적 불행사 서약)을 통해서도 우리국적을 선택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로써 종전에는 하나의 국적을 선택하기 전까지 한시적으로만 복수국적이 허용되었던 것이 이제는 항구적으로 복수국적을 보유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외국국적 불행사 서약’은 국적선택기간 내에만 허용되나, 남자의 경우에는 그 기간이 경과하여도 병역을 필한 사람에 대하여는 그로부터 2년 이내에 ‘외국국적 불행사 서약’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국적법 제13조 제2항) 반면, 제10차 국적법 개정으로 출생 당시에 모가 자녀에게 외국 국적을 취득하게 할 목적으로 외국에서 체류중이었던 사실이 인정되는 자(이하 ‘협의의 원정출산자’)는 ‘외국국적 불행사 서약’을 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어 이에 해당하는 자는 병역이 해소될 때까지 국적이탈이 제한되고, 그 이후에는 복수국적이 허용되지 않으므로 반드시 하나의 국적을 선택하여야 한다.
3.1 국적제도의 선진화
엄격한 단일국적주의를 원칙으로 하여 국익에 도움이 되는 우수 외국인재나 결혼이민자 등이 우리 국적을 취득하려고 할 때는 물론, 해외입양자나 고령의 동포가 우리 국적을 다시 회복하려할 때 장애요인으로 작용하였다. 또한, 최근 10년간 젊은 병역자원을 포함한 선천적 복수국적자의 94%가 우리국적을 포기하고 외국국적을 선택하는 등 인구이탈 현상의 가속화가 이어졌다. 따라서 정부는 이러한 단일국적주의 폐단을 고치려 논의 끝에 우수 외국인재 귀화요건 완화, 국적취득자에 대한 외국국적 포기의무 완화, 선천적 복수국적자 등의 국적선택방식 개선, 고령 동포에 대한 배려, 국적자동상실 제도 개선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법률을 2010년 5월 4일 공포하였다.

3.2 제한적 복수국적의 허용

그 주요 내용은 출생과 동시에 복수국적을 갖게 된 2세들이나 외국인 고급인력, 영주 귀국하는 65세 이상의 시민권자 동포 등에게 복수국적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것이다. 기존 국적법은 외국인이 한국국적을 취득한 경우 6개월 이내에 외국국적을 포기해야 하며 그러지 않을 경우 한국국적을 상실하게 하였다. 개정된 국적법은 ‘출생에 의해’ 복수국적이 된 사람에게만 복수국적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이민에 의해 후천적 즉 자발적으로 외국국적을 취득한 사람은 해당국적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한국국적을 다시 회복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다만 65세 이상의 고령의 동포가 한국에 영주귀국해서 한국국적을 회복한 경우는 복수국적을 허용한다. 이 경우에 당사자는 ‘외국국적 불행사 서약서’를 제출하여야 한다.

3.3 개정된 주요내용

가) 우수 외국인재의 귀화 요건 완화
종전에는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귀화하려면 국내에 5년 이상(대한민국 국민의 배우자인 경우는 2년이상) 거주하여야 하였으나 우수한 능력을 보유한 자로 대한민국의 국익에 기여할 것으로 인정되는 인재는 거주기간 관계없이 특별귀화 허가로 국적 취득이 가능해졌다.

나) 국적 취득자의 외국국적 포기의무 완화 및 외국국적 포기 방식 변경
종전에는 외국인이 우리나라 국적을 취득한 경우 6개월 내에 외국국적을 포기하여야 하며, 그러지 아니하면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하였다. 그런데 외국국적 포기의무 기간이 너무 짧아 기간내 포기절차를 완료하지 못해 우리국적이 다시 상실되는 사례가 많아 개정 국적법은 외국국적 포기 의무기간을 1년으로 연장하였다.

다) 이중국적자의 용어변경 및 복수국적자의 법적 지위 명문화
(법 제11조의2 신설)

라) 선천적 복수국적자의 국적선택방식의 변경
기존 22세 전에 증빙서류를 갖추어 대한민국 국적을 신청하도록 한 것에서 새로운 법률은 만 20세가 되기 전에 복수국적자가 된 자는 만 22세 전에, 만 20세가 된 후에 복수국적자가 된 자는 그때부터 2년 내에 대한민국 국적을 선택하려는 경우에는 ‘외국국적을 포기’하는 대신 ‘외국국적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하는 방식으로 우리국적을 선택할 수 있도록 개선하였다. 다만, 남자의 경우에는 병역법상 제1국민역에 편입되는 18세되는 해의 3월 31일까지 국적포기(이탈)을 하지 않으면 병역이 해소된 날부터 2년 이내까지 국적선택기간이 연장된다. 다만 이른바 원정출산자는 기존과 동일하게 외국국적을 포기해야만 우리국적의 선택이 가능하며, 국민이 자진하여 외국국적을 취득한 경우에난 그 외국국적을 취득한 때에 우리국적이 자동 상실될 뿐이므로 이 경우에는 복수국적 허용대상이 되지 않는다.

마) 복수국적자에 대한 국적선택명령제도의 도입
기존에는 복수국적자가 일정기간내에 국적선택의무을 이행하지 않으면 별도의 절차없이 대한민국 국적이 자동 상실되었다. 그러나 개정법률은 복수국적자가 국적선택기간이 지난 경우 곧바로 우리국적을 상실시키지 않고 법무부장관이 국적선택명령을 한 후 그때에도 국적을 선택하지 아니하면 우리국적을 상실하는 것으로 개정하였다.

바) 대한민국 국적의 상실제도 도입
복수국적자가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함이 부적합할 경우 법무부장관에 의해서 국적상실 결정할 수 있는 규정을 신설하였다.

3.4 복수국적과 병역의무의 쟁점

복수국적 찬성론자들은 복수국적의 확대가 저출산,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는 우리사회에서 국민의 유출을 줄이고, 외국 귀화에 따른 심리적 부담의 경감으로 거주국의 시민권을 적극적으로 취득하여 재외국민들의 거주국 내 정착과 동화를 촉진하는 한편, 이민자녀들의 통합, 안정된 인구와 좋은 노동력의 확보, 외국인의 집중화 방지, 해외 네트워크를 통한 재정적 원조 등을 제공한다고 강조한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병역기피, 특례입학, 사회보장 이중지급 및 외교적 보호권, 형사관할권 등에 문제의 소지가 있음을 지적한다.
여기서는 실제 복수국적 확대가 논란의 쟁점인 병역기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관련법령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 복수국적자의 병역의무

병역법 제70조(국외여행의 허가 및 취소) 제1항에 따라 25세 이상인 남자는 병역을 필하였거나 면제 또는 제2국민역에 편입된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국외여행허가를 받아야만 국외 출국이 가능하다. 이때 국외 출생자와 같이 처음부터 국외 체류 중에 있는 사람도 병역법 제70조에 따른 국외여행 허가대상이 된다. 왜냐하면 병역법 제94조(국외여행허가 의무 위반)에 의하면 제70조 제1항 또는 제3항에 따른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1)출국한 사람 2)국외에 체류하고 있는 사람 또는 3)정당한 사유없이 허가 된 기간에 귀국하지 아니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되어 있어 출국하는 경우뿐 아니라 국외 체류 중에 있는 사람도 국외여행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해석되기 때문이다.
병역의무자가 부 또는 모와 같이 국외에 거주할 경우에 한하여 37세까지를 허가기간으로 하는 국외여행허가를 받아 국외 체류가 가능하게 된다. 물론 국외여행허가를 받아 국외에 체류하는 동안에는 병역법 제60조에 따라 병역이 연기되며, 연기기간이 끝나는 37세가 되는 해 12월 31일이 지나면, 병역법 제71조 제1항에 따라 38세가 되는 해 1월 1일부로 제 2국민역에 편입되게 된다. 한편, 이와 같이 병역을 연기 받고 있는 동안에는 국내에서의 생활은 일정범위 내에서 제한을 받게 된다. 복수국적자인 병역의무자는 반드시 부 또는 모와 같이 국외에 거주하여야 할 뿐 아니라, 병역의무자의 국외체재 기간이 10년이 되지 못하거나, 24세 이전부터 부모와 같이 국외에 거주하고 있는 경우가 아니면, 부 또는 모가 국외 영주권이나 시민권(외국국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와 같이 복수국적자에 대하여는 반드시 부 또는 모와 같이 국외에 거주할 것을 허가요건으로 하는 것은 원정출산 등을 통해 편법으로 병역을 회피하지 못하게 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생활근거지가 국외에 있는 복수국적자는 병역의무를 37세까지 연기 받게 되나, 병역법 시행령 제147조2(국외여행허가의 취소)에 따라 국내에 1년의 기간중에 통산 6개월 이상 장기체재를 하면 병역연기를 취소하고 의무를 부과하게 된다. 또한 국내에서 취업 등 영리활동을 하는 경우에도 병역의무를 부과하게 된다.

◼ (잠재적) 병역의무자의 국적이탈 및 상실

먼저 국적이탈은 선천적 또는 후천적으로 복수국적자가 된 사람이 법무부장관에게 국적 이탈신고를 하여 우리국적을 포기하는 것이다. 물론 반대로 우리국적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외국국적을 포기하거나 ‘외국국적 불행사 서약’을 하여야 한다. 국적상실은 우리 국민이 자진하여 외국국적을 취득한 경우나 복수의 국적을 보유한 자가 정해진 기간 내에 국적선택을 하지 않는 등 국적법에 규정된 국적상실 사유로 당사자의 신고 여부와 관계없이 자동으로 국적을 상실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또한 우리 국적법은 복수국적자인 남자에 대하여는 국적이탈을 일정범위 내에서 제한하고 있다. 즉, 국적이탈제도는 제4차 국적법 개정을 통해 국적선택제도가 도입(1998.6.14. 시행)되면서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전환되었으며, 남자의 경우 병역의무가 발생하기 전에는 자유롭게 국적이탈 신고가 가능하나, 제1국민역 편입일(18세가 되는 해 1월 1일) 이후에는 병역이 해소된 경우에만 국적이탈 신고를 허용한다는 내용이 국적법에 명시되게 되었다.(제12조, 제14조)
한편, 당시 우리 국적법은 국적이탈에 대하여 병역의무가 발생한 이후에만 이를 제한하였고, 그전에는 아무런 제한 없이 국적이탈을 허용함으로써 병역을 회피하고자 미국 등 출생지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에서 자녀를 출산하는 소위 ‘원정출산’이 날로 늘어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이러한 폐단을 막기 위해 소위 ‘홍준표 법안’이 2005년 5월 24일 시행되게 되었고, 이에 따라 원정출산자의 경우 18세가 되는 해 3월 31일 이전에도 병역이 해소되지 않는 한 국적이탈신고를 하지 못하도록 강화하게 되었다.
또한, 우리 국적법은 최근 제10차 개정법률에서도 국적이탈제도를 더욱 강화하여 국적이탈신고를 국외에 주소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재외공관을 통해서만 할 수 있도록 제한하였다. 이는 복수국적을 취득한 상당수가 국내에 거주하면서 우리국적을 포기하고 있으며, 이들이 외국인으로 살다가 필요한 시기에 다시 우리국적을 회복하는 사례가 많아 국내에서 국적을 쉽게 변경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반면 자진하여 외국국적을 취득한 경우에는 국적법 제15조에 따라 외국국적의 취득과 동시에 병역과 무관하게 우리국적을 자동 상실시키고 있다.

3.5 복수국적의 허용범위 확대

◼ 병역의무의 형평성을 위한 국적상실의 제한

우리국적제도는 외국국적을 비자발적으로 취득한 경우에는, 예컨데 출생에 의해 외국국적을 자동으로 취득하거나, 혼인, 입양 등과 같은 섭외적 신분행위로 인해 외국국적을 자동으로 취득하여 복수국적자가 된 경우에는 우리국적을 바로 상실시키지 않고, 국적선택제도를 통해 본인의 의사로 어느 하나의 국적을 선택할 기회를 주고 있다. 반면, 자진하여 외국국적을 취득한 사람은 그 자체가 본인의 적극적인 의사로 외국국적을 선택한 것이므로 추가적으로 하나의 국적을 선택하는 절차를 둘 필요가 없게 된다. 따라서 자진하여 외국국적을 취득한 사람은 외국국적 취득과 동시에 국적이탈 신고를 한 것으로 보아 우리국적을 바로 상실시키게 된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국적제도는 국민의 국적선택의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남자에 대하여는 병역자원의 유실을 막기 위하여 국적선택의 자유를 일정부분 제한하고 있다. 문제는 이와 같은 국적이탈의 제한이 외국국적을 출생 등 비자발적으로 취득하여 복수국적자가 된 사람에게만 적용되고 자진하여 외국국적을 취득한 사람의 우리국적 이탈의사에는 적용되지 않는가 하는 점이다. 왜냐하면, 자진하여 외국국적을 취득한 경우에 우리국적을 상실시키는 것도 외국국적의 자진취득 행위 안에 우리국적의 이탈 의사가 포함되어 있다고 인정되어 우리국적을 상실시킨 것에 지나지 않은 것이므로, 이 경우의 ‘국적이탈 의사’에 대하여도 ‘국적이탈 신고’와 동일하게 병역의무와 관련한 제한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행 국적제도가 그렇지 못한 것은 병역의무의 형평성보다 후천적 복수국적의 발생억제에 지나치게 치중한 결과로 보이며, 이로 인해 병역자원의 유실을 막고자 하는 국적이탈 제한제도의 형평성이 훼손되고 있다. 가령, 외국에서 출생하여 한 번도 국내에 입국한 사실이 없는 복수국적자에게는 18세가 되는 해 4월부터 병역과 관련하여 국적이탈을 제한하면서, 우리나라에서 출생하여 성인이 될 때까지 국내에서 생활하다가 병역의무를 이행할 시점에서 외국국적을 자진하여 취득한 사람에 대하여는 우리국적을 상실시켜 병역을 면제받게 하는 현행제도가 합리적인가 하는 문제이다.
이와 관련하여 외국의 예를 살펴보면 우리와 같은 징병제 국가인 대만은 원칙적으로 누구나 허가를 받아 대만국적의 상실이 가능하나, 15세가 된 다음 해 1월 1일 후부터는 병역을 면제 받지 않았거나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남성 또는 군복무 중인 자는 국적상실을 불허(국적법 제12도)하고 있으며, 프랑스도 2001년 징병제가 폐지되기 전에는 35세에 이르지 않은 남성은 외국국적을 취득하더라도 국적 상실의 의사표시를 할 수 없도록 했다.(민법 제23의2조)
따라서 우리나라도 자진하여 외국국적을 취득한 사람 중 남자에 대하여는 국적이탈의 제한수준에 준하여 국적상실도 제한하는 것이 국민의 병역부담 평등의 원칙에 부합되는 정책이 될 수 있다.

◼ 복수국적에 대한 설문조사

이와 같이 병역의무의 형평성을 위해 국적상실을 제한할 경우 후천적 복수국적의 허용범위가 확대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나, 아직까지 복수국적에 대한 부정적인 국민여론이 복수국적의 허용범위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하지만, 이러한 국민들의 부정적인 정서가 복수국적과 병역의무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형성된 것인지가 의문이다. 따라서 복수국적 허용이 병역의무에 미치는 영향을 밝히지 않고 단순히 복수국적 허용에 대한 찬반 의견만 물었던 기존의 여론조사와 달리 자진하여 외국국적을 취득한 사람에 대하여는 예외없이 우리국적을 상실시켜 병역의무를 부과하지 않은 현행제도에 대하여 20세 이상 대학생 141명과 전국 12개 지방병무청의 방문 민원인 516명을 함한 65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를 보면 병역의무자에 대하여는 자진하여 외국국적을 취득하였더라도 국적상실을 제한하여야 한다는 의견이 63.8%를 차지한 반면, 지금과 같이 병역과 무관하게 우리국적을 자동상실시켜야 한다고 답한 사람은 34.8%에 지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복수국적을 허용하면 병역기피의 악용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다수의 국민들이 복수국적 허용에 반대했던 것으로 나타난 과거의 여론조사가 오해에서 비롯된 바가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또한 법무부 주관으로 2008년에 실시한 복수국적 허용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일정 조건하에 복수국적을 허용하는 것에 대하여 과반수가 찬성하였고, 특히 병역의무를 이행한 남자에게 복수국적을 허용하는 것에 대하여 68.1%가 찬성하였다. 이는 우수외국인재에게 복수국적을 허용하는 것에 대하여 71.3%가 찬성한 것과 비교하면 매우 근소한 차이이다. 한편, 2008년 법무부의 재외동포 대상 여론조사 결과, 병역의무를 이행한 남성에게 복수국적을 허용하는 것에 대하여는 절대다수인 90.5%가 찬성하였고, 병역의무를 이행한 사람에 한하여 복수국적을 허용한다면 병역의무를 이행할 의사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도 52.4%가 ‘있다’고 답하였다.

◼ 복수국적 허용범위의 확대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병역의무의 형평성을 위해서는 복수국적의 허용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으며, 법무부 설문조사 결과 다수가 이를 바라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복수국적을 허용할 경우 우려되는 외교적 보호권, 형사관할권, 사회보장 부정혜택 등에 대하여는 정부부처의 의견에서와 같이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반면에 우리의 국적제도는 그동안 엄격한 단일국적주의를 유지해 온 결과 2003년부터 2007년까지 5년간 우리국적을 이탈 또는 상실한 사람이 123,441명인데 반해 귀화자와 국적회복자는 52,414명으로 71,027명의 인구 순유출이 발생하였다. 국민의 유출인원의 대다수는 자진하여 외국국적을 취득하여 국적이 상실된 사람들로서 이는 우리 국적제도가 국민의 후천적 복수국적을 사실상 허용하고 있지 않는 것이 주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병역의무의 형평성과 저출산,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는 우리사회의 현실 및 국제사회의 복수국적에 대한 태도 등을 고려할 때 우리도 후천적 복수국적을 현재보다 폭 넓게 허용할 필요가 크다.
이와 같이 자진하여 외국국적을 취득한 병역의무자에 대하여 후천적 복수국적을 허용할 경우, 종전에는 국적이 자동 상실됨에 따라 병적이 제적되었던 인원이 복수국적 병역의무자로 남게 된다.
한편 종전에는 외국의 영주권 등 장기체류자격으로 국외에 거주하였던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외국국적을 취득하여 복수국적자가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전자의 경우 병역의무자의 유실을 막을 수 있어 더 많은 병역자원의 확보가 가능하게 된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고 후자의 경우에도 국외여행허가(병역연기)를 받을 수 있는 요건이 복수국적자일 경우가 영주권자 등 일반 이주자일 때 보다 더 강하므로 현재보다 더 많은 사람에 대하여 병역의무를 부과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현재보다 더 많은 병역의무자가 자진하여 외국국적을 취득하여 복수국적자가 된다 하여도 병역제도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적다 할 것이다. 또한 법무부가 2008년 재외동포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병역의무 이행자에 한해 복수국적을 허용한다면 병역의무를 이행할 의사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하여 응답자의 52.4%가 병역의무를 이행할 의사가 있다고 답하고 있어 복수국적 허용 확대시 우리국적이 상실된 재외동포 등이 국적회복을 위하여 적극적으로 병역의무를 이행할 가능성도 있다. 물론 복수국적자가 국민의 권리는 향유하고 의무는 회피하는 등의 이중적 행태를 보일 수 없도록 관리를 강화하면서 복수국적의 허용범위를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3.6 복수국적 허용 확대시 고려사항

◼ 병역 미 해소자에 대한 재외동포체류자격 제한

병역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적이 이탈 또는 상실된 사람에 대하여는 병역이행기(18~37세)에 재외동포체류 자격을 제한하거나, 혹은 복수국적 허용을 금지하는 방안을 강구하여야 한다.

◼ 복수국적자에 대한 출생신고 의무 강화

복수국적자가 우리나라에 출생신고를 하지 아니하거나 지연할 경우에는 병역의무자의 존재 자체를 알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리고 출생신고를 해태한 사람에 대하여는 5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할 뿐이며, 병역법에는 어떠한 벌칙규정이 없다. 이로 인해 복수국적자가 출생신고 지연을 통해 병역의무를 적기에 부담하지 않거나 회피할 수 있는 악용의 소지가 많다. 따라서 남자의 경우 병역의무가 발생하는 18세 전까지는 출생신고를 의무화하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제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 국민에 대한 역차별 문제 개선

새롭게 도입한 우수외국인재 등에 대한 복수국적 허용제도 등에 대한 복수국적 허용제도 등이 외국인에 비해 국민이 역차별을 받게 될 소지가 있다. 우수외국인재는 귀화 후 ‘외국국적 불행사 서약’을 통해 복수국적을 바로 허용 받을 수 있으나, 국민(내국인)인 경우는 복수국적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국민과 외국인을 오히려 차별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 결론

우리 국적법은 국적이탈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하여 출생 등 비자발적으로 복수국적자가 된 사람에 대하여는 일정기간 동안 자유롭게 국적이탈을 허용하나, 남자의 경우 병역자원의 유실을 막기 위하여 일정 법위 내에서 국적이탈을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복수국적자에 대한 현행 병역제도나 국적이탈제도는 특별히 병역기피의 악용소지가 있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문제는 자진하여 외국국적을 취득한 사람에 대하여 병역과 무관하게 국적을 상실시키는 데에 있다. 이들은 본인의 적극적인 의사로 외국국적을 선택한 것임으로 국적이탈의 의사가 있는 것으로 보아 외국국적을 취득한 시점에서 우리국적을 무조건 상실시킴에 따라 병역자원의 유실을 초래하게 되며 바로 여기에 병역기피의 악용소지가 있게 된다. 하지만 법무부 조사 결과를 보면 병역의무를 이행한 사람들에 대한 복수국적 허용에 대하여 국민들의 반응은 상당히 긍정적이며 재외동포들도 복수국적이 허용된다면 병역을 이행할 의사가 큼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세계화가 심화되고 있는 추세와 각국의 복수국적에 대한 입법례, 국익 및 병역의무의 형평성 등을 고려하는 것을 전제한다면 복수국적의 허용범위 확대의 필요성을 크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저출산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는 우리사회에서 상당수 국민의 순유출과 적지 않은 병역자원의 유실이라는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동시에 병역의무의 형평성 제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복수국적의 허용범위 확대에 대한 전향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물론 복수국적제도가 단일국적에 비해 국내외적인 갈등의 소지가 발생할 소지가 더 클 것은 사실일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보완적 입법을 강화하여 복수국적자가 국민의 권리는 향유하고 의무는 회피하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이지 않도록 관리를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재외동포언론인협회 제공>